다섯 시 반쯤 남한산성 중앙 로터리에 도착해서 침괘정을 통해 수어장대 쪽으로 걸어 올라간다. 오늘 토요 수련은 나홀로인지라 천천히 산책하기로 했다. 비는 오지 않지만 비 온 뒤라서 옅은 안개가 깔린 이른 아침 정경이 신비롭다. 몸의 움직임에서 오는 감각을 느끼면서 기분들과 함께 일어나는 생각들을 조금 거리를 두면서 알아차리며 걷는다. 지금 이 순간이 흐뭇해지기 시작한다. 소리, 보이는 것들, 냄새들, 촉촉 함들, 발자국 소리, 숨소리가 나의 세상이 되고 있다. 바른 디렉션, 얼굴과 입 목 어깨에 힘이 빠지고 팔은 덩그러니 달려있고 척추는 자연스럽게 위로 뻗고 가슴은 팽창하되 부드럽다. 천천히 걷는다. 알아지는 것들을 느껴보면서 걷는다. 고개를 오르니 약간 힘이 들고 호흡이 빠르다.
이른 아침 수어장대는 말이 없다. 임금도 군사도 송파의 아우성도 지나고 없다. 햇살이 거기에 비추인다. 수많은 추운 날들이 지나고 다시 씨앗이 트고 자라 우람한 솔나무가 그윽한 것이, 저편 기억의 심해가 있어 이렇게 접속되어 면면히 자라나는 것이리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순간이 온 우주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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