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에
대학에 갓 들어간 첫 해 여름방학 때
친구와 둘이서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영어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종로에 있는 학원에 다니며

서머셋 모옴의 단편집을 읽었습니다.
작가는 재능이 탁월해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정말로 재미있게 엮어냅니다.
snobbism이라는 단어가 지금도 떠오릅니다.
더운 여름 서울생활이나 소설 속 세상이나
다 현실 같았습니다.

꿈이 많았고
희망이 있었고
기대가 충만해서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속물이 아니었고
속물이 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교양과 격조가 있는 젊은이 였습니다.
재미있는 여름으로 기억됩니다.

며칠 전
범부라는 낱말을 보다가,
욕계 세상의 욕망을 읽다가,
욕계에 살면 품격이 있고
욕계에 살면 비루하고
욕계에 살면 속물이구나!

내가 욕계에 살고 있는 사실을 잊습니다.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듣고 보고
맡고 맛보고
전신을 늘 휘감는 느낌을
순간 순간!

진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

욕계를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을 알아야겠습니다.

50년 후 지금
늙은 속물이 되어 있습니다.

다만
꿈꾸지 않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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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주로 집 근처에서 행선을 하지만

오후에는 주로 이곳 미사리 벌판을 나온다.

부드러운 바람결에 들꽃들이 방긋 웃는다.

 

2023.6.2 미사리 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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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지나가는 산책 길

이즈음 푸르름은 참으로 좋다

사람이 왜 사는지를 알았으니 

이 계절이 더욱 아까울 뿐.

 

2023.5.29 산곡천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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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오니 꽃이 핍니다. 햇살이 보태 줍니다. 바람도 도와 주고요. 지난 겨울 누군가 저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떠 오릅니다. 위 아래가 있고 앞 뒤가 서로 맞추어줍니다. 균형이 잡히면 아름답다합니다. 잠시만 그렇습니다. 태초에도 그랬듯이 내년에도 이 순간이 비슷하게 오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피고 지듯이 만나고 헤어집니다.  내가 없드래도 손님은 항상 있습니다.

 

2023.4.2 산곡천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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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생신 때 막내아우내가 사준 옷을 입고 검단산자락에 있는 외딴 맛집에 점심 먹으러 갔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을 줄 아십니다. 무척 신기하고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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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엔 홀로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으신다.

매일 '아침마당'을 보시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프로를 보면서 오전을 보내신다.

오후엔 개울가 뚝방길 따라 보행기를 의지하여 2천보를 걷는다. 

예비 치매약도 드시고 허리 진통제를 날마다 복용하신다.

늙은 아들 밥도 짓고 챙기시고,

마트에 가서 물건 사는 것이 낙이요,

꼬마 가수들이 신통방통하게 노래 잘하는 걸 볼 때마다 감탄하신다. 

아직은 당신 스스로 이만한 일을 홀로 잘 하신다.

상태 좋지 않을 때는

언제라도 종이처럼 날라갈 것만 같다

고맙고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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