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흉부 CT를 찍었고 오늘 진료를 받는 날이다. 담당 심태선 박사는 늘 같은 자세 표정 비슷한 어조와 코멘트다. "컨디션은 어떻습니까? 네, 폐를 보니 변화는 거의 없고 객담 배양균에서 균이 아직도 보이고 있네요, 전번과 똑같이 객담 배양 검사하고 혈액 검사해서 6개월 후에 보겠습니다"
NTM(비결핵성항산균) 치료를 위해 아산병원 호흡기 내과에 다닌 지 12년째다. 미얀마 파욱 명상센터에서 수행 중에 심한 피로감으로 긴급히 귀국해서 진단받은 후부터다. 그 이전에도 폐질환으로 같은 호흡기 내과에 오랫동안 완치와 재발을 겪었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폐대장이 약한 체질인지 그 부분에 늘 문제를 달고 살아왔다. 때로는 곤란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럭저럭 지낼만하다. 면역력 보강과 허약체를 보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건강 태극권을 평생 실천하면서 이만하게나마 몸을 유지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 몸에 병을 하나씩 지내고 살면 오래 산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아산병원은 집에서도 쉽게 갈 수 있으며 오랜 세월 다녀서 친근한 병원이다. 그동안 풍경도 많이 변했다.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들을 본다. 병원에는 모든 기운이 가라앉아 있다. 일찍 오전 진료가 끝나면 일부러 식당에 가서 설렁탕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온다. 병원이 백화점처럼 사람들이 많다. 먹는 식당이나 빵집들이 부쩍 늘어났고 북적대는 것을 보면 허약함에 대한 상대적 보상 심리기제도 있을 것이다. 요즘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출입통제가 엄격해서 더욱 복잡하다.
아프면 괴롭다. 별로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 사람들은 아프다. 육체적인 몸을 이끌고 살아가기 때문에 병들고 아프게 된다. 몸도 아프고 정신도 괴롭다. 몸이란 게 타고난 튼튼함이 있어도, 몸이라는 것이 늙어가는 자체가 병이기도 하고, 잘 못 사용하는 습관이나 성향이 클 것이고 몸에 대한 막연한 과신과 무관심도 발병의 큰 조건을 형성할 것이다. 나의 젊은 날이 그렇다.
생로병사가 괴롭다. 태어남 자체가 괴로움과 죽음을 예고한 삶이다. 이것은 내가 깊게 사색하는 주제다. 어떻게 살아가는가라는 주제를 잃어버린 나의 지난날 삶을 돌이켜보자는데 이 블로그가 약간의 참조가 되고 있다. 다 늙어서 지금의 삶이나마 적어보는 이유는 언제나 오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