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연화사에는 저의 스승이신 비구니 스님이 계십니다.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하다가 지난주에 들렀는데, 연화사에는 온통 꽃 잔치입니다. 아침 햇살 나른하고 고요한 분위기에 꽃들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입니다. 법당에는 소박한 불상이 있는데, 볼수록 친근해요.

도규거사랑 셋이서 법주사 벚꽃 구경을 나섰습니다. 스님은 수행만 하시는 분인데 구경시켜 준다고 일부러 시간을 내시는 게 여간 미안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아랫동네는 벚꽃이 이미 다 졌는데, 법주사는 지금이 꽃 필 때라고 하는군요. 가는 길에 산천경개가 온통 연둣빛 수채화 물결 생명의 탄성에 한껏 마음이 들뜨는군요. 

겹벚꽃이 활짝 피었고 붉은색 벚꽃은 아직도 꽃망울만 지키고 있고요. 법주사는 정말 큰 절이네요.  깊은 산 속에 이렇게 넓은 터가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좋은 절에 가면 그렇듯이 여기도 아주 아주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3,000명이 먹었다는 무쇠 가마솥도 있어요. 밥을 풀 때는 사람이 안에 들어간다는군요. 대웅전에는 큰 부처님이 세 분 있는데, 가운데가 비로자나 초대 부처님이라는군요. 대승불교 사찰에는 민중의 염원을 잘 반영하여서, 온갖 믿음의 대상은 거의 다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보은 장터를 지나 연화사로 다시 돌아와 구기자차를 마시고, 법담을 나누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아프다고 수행을 게을리 한 탓에 면담할 내용도 별로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할 것 같아요. 더 일찍 자구요. 쑥차와 구기자차와 약과를 챙겨주는 걸 받아 왔습니다. 스승님이 도력은 높아도 건강이 그닥 안 좋아 태극권을 가르쳐 드리기로 했습니다. 종종 내려와 뵐 구실이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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