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9일 월요일)

오후에 앙코르 사원이 있는 시엠립을 향하다. 공항에 도착해서 툭툭을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 밤 풍경 속에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식당이 무척 많다. 물론 툭툭과 여행객으로 보이는 각종 외국인들이 어수선하게 눈에 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벽5시에 앙코르왓을 향하다. 사원에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장구한 천년의 세월의 흔적이 여기 저기 돌마다에 보이는데, 여기 오늘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태양빛으로 말미암아 그때 왕들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 일찍 이곳 옛 사원을 찾은 나를 멀리서 눈짓하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오늘 하루 불상을 정돈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온통 힌두교의 신들이 조각된 이곳에 가장 중앙 성소에 조그만 불상이 자리하고 있고, 이 노파가 그 옆에 있다. 나도 향을 피웠고, 1달러 지폐를 올려 놓았다. 아직 관광객이 거의 없는 이 시간은 조용하다. 향냄새 연기가 옛 신전을 감싸고 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부분이 힌두교 신전이다. 자야바르만7세는 불교를 신봉해서 불교의 신전과 사원이 새워졌지만 거의 힌두교의 신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할머니의 미소는 그 옛날 크메르 여인의 미소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주일 동안 나와 함께 했던 툭툭이 기사. 24세. 오손. 등번호 4260. 똑똑하고 다정하다. 나를 너무 젊게 본다. 그래서 친구처럼 지냈다. 하기야 하루밤 $15짜리 Golden Temple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보니, 투숙객 대부분이 2-30대 젊은 배낭객이 대부분이다. 내가 새벽에 출발하니까 잠을 별로 못잤을 텐데, 별로 싫은 그런 기색이 없다. 아침을 안 먹었어도, 물어보면 늘 먹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앙코르왓에는 압사라라는 무희가 가장 많다. 모든 신전과 사원에는 예외 없이 요염하게 보이는 압사라 춤을 추는 여인들이 조각되어 있다. 라가라는 뱀은 물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그 형상이 있다. 사자상도 많다. 이들 상들은 힌두교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다음으로 사원을 지은 왕의 얼굴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티셔츠나 향, 앙코르 안내 책을 파는 이들이다. 그 중에 어린 소녀들이 많다. 이들을 가만히 보면 압사라의 얼굴하고 똑같다. 그늘에 잠시 쉬고 있으면서, 그녀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끈질긴 구매를 강요당하지만. 물건을 사는 대신 1달러씩을 주고 가장 잘 부르는 노래를 둘이 함께 불러보라고 했더니, ‘유아 마이 선샤인’을 합창했다.  박수를 치고 잘 불렀다고 했더니, 한 곡을 더 불렀다. 힌두교 신화의 압사라는 신들을 위해서 춤추고 노래 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전이나 사원을 짓는 건물의 입구나 기념건물에 당시 왕의 얼굴이 여러개 씩 조각되어 있다. 그 당시 왕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가 짐작이 간다. 이집트 피라미드가 생각난다. 일주일 전에 구경했던 만리장성도 생각나고, 자금성, 이화원도 생각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다 보여 준다. 천년전 왕들의 시대에는 신의 영광도 있었겠지만, 백성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으리라. 신을 잘 못 알고 섬기면 그 부작용이 참으로 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바위틈에 씨앗이 날라 들어가 싹을 틔우고, 좁은 틈으로 나무가 자란다. 습기와 바람을 따라 가지를 뻗으니, 거대한 신전은 나무와 함께 어우러지고 만다. 이 얼마나 대단한 자연의 섭리란 말인가. 이것이야 말로 신의 섭리가 아닌가? 지금 이 순간 거대한 형상과 위대한 영광과 영원한 절대자의 꿈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저 밑바닥에서 누군가의 마음 속에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지난날의 욕망이 서서히 자라나고 있을 법도 하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또 반복해야 하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석양에 무너져 내리는 앙코르의 한 탑이 그림자가 되었다. 저 태양 속으로 앙코르의 모든 영광은 사라져 갔다. 이곳 앙코르를 찾는 사람의 가슴속에 다시 앙코르가 만들어 지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앙코르신전을 만들고 있는걸까?

2007년 7월 시엠림에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