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에는 오일장이 서는 덕풍시장이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시장에 가고 싶어 하신다. 오늘도 더운 여름 날씨다. 구순을 넘기시고 몸은 종이처럼 가벼우시다. 십 년 전에 허리 수술을 두 번이나 하면서 보행기에 의지해서 겨우 걸으신다. 아파트 옆에 새로 생긴 지하철 타기를 좋아하시지만 마음뿐이다. 한 정거장 거리다. 함께 천천히 걸어서 지하철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플랫폼에 기다렸다가 열차를 타고 덕풍시장이 있는 하남시청역에 내린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시장 끝까지 한 바퀴 빙 둘러본다. 덥다.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붐비지 않다. 토마토 한 바구니, 조기 20마리, 다시마 한 묶음, 우무묵. 다시 전철을 타고 겨우 집에 도착하니, 온통 땀을 흘려서 목욕을 하고 나서,..
이렇게 밝은 봄날이면 마음이 설레어,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조금은 그 기운이 남아 있어서, 남양주종합촬영소에 영화 보러 갔다. 가는 길에 양수리 물가에서 점심을 먹고, 진달래, 벚꽃, 산수유, 개나리. '취화선'에 나오는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지난날 살았던 옛 고향 생각. 좁다란 골목, 뛰노는 아이들 소리. 그때의 봄바람이 불어온다. 나를 의지 하는 어머니 손길은 참으로 가볍다. 처음으로 영화관엘 가보신지라, 다시 또 조금 설레신다. '수상한 그녀'라는 영화. 우리의 마음은 다들 수상할 법한데, 어머니는 어서 영화가 끝났으면 한다. 너무 큰 음향 소리에 괴롭기만 하다. 밖으로 나오니 눈부시다. 환한 봄날 쑥 캐는 아줌마를 부럽게 바라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