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은 봄날이나 가을에 윤거사님을 주로 여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다. 인천 문학동에서 오시고 나는 하남에서 가니 중간쯤에 장소를 정한 셈이다. 몇 년 전에 미얀마 여행을 열흘 정도 함께 한 인연 이후 만남이 지속되고 있다. 한의원을 하시기 때문에 시간 내기가 어려우실 텐데도 때가 되면 꼭 연락을 주신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소회를 서로 터놓고 법담을 나누며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며 박물관 구경을 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너 시간이 금방 지난다. 오늘은 햇살이 좋다. 평일인데도 중고등학생들이 나들이 나왔다. 가시면서 공진단을 주신다. 힘내서 열심히 공부하자면서. 무소의 뿔처럼 가시는 수행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간혹 담마친구들을 만날 때 조용히 이야기하기 적합한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작년에 만났던 한 친구는 미얀마 국제불교대학에 수학 중이였는데, 지금은 파욱센터에서 수행 중이다. 오늘 만나는 거사님은 인천에 거주하신다. 간혹 만나 그동안 서로의 담마이야기를 애들처럼 마냥 쏟아낸다. 조용히 지내는 재가 수행자들은 누구와 담마이야기를 하겠는가. 늘 자신을 스스로 의지하지만, 간혹 이라도 담마친구를 만나면 기쁘고 즐겁다. 오늘도 나는 주로 느낌을 보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호흡도 생각도 기분도. 왜냐하면, 몸맘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느낌을 동반하는데. 느낌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보다 훨씬 익숙하고 친숙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