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뵈어야 할 것 같았다. 지난 일요일 오후 김천에서 올라오는 길에 연화사에 들렸다. 다행히 두 분 스님이 계셨다 인도 성지순례 다녀와 금방 도착한 길이라하신다. 나는 간단히 나의 공부와 수행 내용을 말씀드렸다 사뭇 다른 공부를 만나 열심히 하고 있고 많은 진척을 경험하고 있노라고. ... 달라도 너무 다른 새로운 붓다담마를 거론하자니 해봐야 본전도 못 찾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참으로 어려운 말씀을 드리고 헤어졌다 ... 다음날 담마공부하는 사이트를 문자로 자세히 알려 드렸다. 이것 때문에 아마 이제 다시는 뵈지 못할 것이다 초기불교 도반에게 PureDhamma를 소개하자 당장에 관계가 끊어진 것을 경험헀지만, 그래도 정법을 만나 확신을 얻는 나로서는 이 법을 소개하는 것은 내가 해야할 의무라 여겼다..
하남에는 오일장이 서는 덕풍시장이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시장에 가고 싶어 하신다. 오늘도 더운 여름 날씨다. 구순을 넘기시고 몸은 종이처럼 가벼우시다. 십 년 전에 허리 수술을 두 번이나 하면서 보행기에 의지해서 겨우 걸으신다. 아파트 옆에 새로 생긴 지하철 타기를 좋아하시지만 마음뿐이다. 한 정거장 거리다. 함께 천천히 걸어서 지하철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플랫폼에 기다렸다가 열차를 타고 덕풍시장이 있는 하남시청역에 내린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시장 끝까지 한 바퀴 빙 둘러본다. 덥다.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붐비지 않다. 토마토 한 바구니, 조기 20마리, 다시마 한 묶음, 우무묵. 다시 전철을 타고 겨우 집에 도착하니, 온통 땀을 흘려서 목욕을 하고 나서,..
지난주에 흉부 CT를 찍었고 오늘 진료를 받는 날이다. 담당 심태선 박사는 늘 같은 자세 표정 비슷한 어조와 코멘트다. "컨디션은 어떻습니까? 네, 폐를 보니 변화는 거의 없고 객담 배양균에서 균이 아직도 보이고 있네요, 전번과 똑같이 객담 배양 검사하고 혈액 검사해서 6개월 후에 보겠습니다" NTM(비결핵성항산균) 치료를 위해 아산병원 호흡기 내과에 다닌 지 12년째다. 미얀마 파욱 명상센터에서 수행 중에 심한 피로감으로 긴급히 귀국해서 진단받은 후부터다. 그 이전에도 폐질환으로 같은 호흡기 내과에 오랫동안 완치와 재발을 겪었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폐대장이 약한 체질인지 그 부분에 늘 문제를 달고 살아왔다. 때로는 곤란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럭저럭 지낼만하다. 면역력 보강과 허약체를 보완하는 하나의 방..
3월25일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봄은 왔지만 저는 아직도 뜨거운 여름이고 차가운 겨울입니다. 집안일도 일이려니와, 제 건강이 아주 약해졌어요. 양곤에서 좀 쉴려고 했으나 계속되는 심한 설사로 더욱 허탈해져, 서둘러 서울로 왔습니다. 거의 8킬로 가까이 몸무게가 빠지고, 기운이 없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차고 진땀이 납니다. 집에서 잘 먹고 좀 쉬면 될 줄 알았는데,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서, 서울아산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진단과 검사를 받는 중입니다. 좀 지나야 어떤 병인지 알겠죠. 파옥에 있을때도 현기증이 나고, 숨이 차고, 무척 피로했지만 참고 생활했습니다. 산책하기도 힘들어 그저 방안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몸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그때나 활짝 웃는 스님을 뵐 수 있을 것 같군요. 2010 ..
2018.8.2 불던 바람이 고요합니다. 흐르는 물결이 바다에 이르렀습니다. 바다는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어 하늘이 됐습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돌아가신 분 앞에서는 누구나 죄인이라 합니다. 요 며칠 이런 생각이 절실하게 느껴지는군요. 가까이 있거나 멀리 사시는 모든 사람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물론 나 자신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아주 많이 듭니다. 당신께서는 여러 해를 병고로 시달리다가 마지막 가느다란 숨으로 떠날 때까지 나와 함께 지내면서, 당신의 모든 모습을 낱낱이 보여 주셨습니다. 한 생명이 서서히 사그라드는 전 과정을. 수발을 드는 번거로움은 작은 것이었습니다. 고귀한 생명이라지만 누구나 마지막에는 이렇게 초라한 형색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나를 숙연하게 하였고 나자신..